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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320

용혜원-가을이 물들어오면/잡초처럼 가을이 물들어오면 용혜원 가을이 물들어오면 내 사랑하는 사람아 푸르고 푸른하늘을 보러 들판으로 나가자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와 닿는 그대의 손을 잡으면 입가에 쏟아지는 하얀 웃음에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기뻐할까 가을이 물들어오면 내 사랑하는 사람아 흘러가는 강물을 보러 강가로 나가자 강변에 앉아 우리의 삶처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서로의 가슴속에 진하게 밀려오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 우리의 사랑은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가 되지 않을까 잡초처럼 용혜원 잡초처럼 살아야 한다 흙만 있으면 두 발을 뻗고 쑥쑥 잘 자라야 한다 끼리끼리 눈 맞추고 온갖 연분으로 자리다툼하고 기회 있으면 한탕하려고만 하고 음란과 파렴치함 속에 교만하고 거목인 양 떡 버티고 서서 폼 잡는 꼴 보.. 2018. 6. 25.
용혜원-가을 산책/가을 단풍 가을 산책 용혜원 가을 산행을 하면 가을 속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강을 따라 찾아 들었더니 나무들이 모든 팔을 벌리고 가을을 보여준다 산봉우리들도 모여 가을을 노래한다 떨어진 낙엽들도 가을을 노래한다 가을 산속에는 모든 것이 가을을 노래한다 가을 단풍 용혜원 붉게 붉게 선홍색 핏빛으로 물든 단풍을 보고 있으면 내몸의 피가 더빠르게 흐르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무 잎사귀가 어떻게 이토록 붉게 물들 수가 있을까 여름날 찬란한 태양빛 아래 마음껏 젊음을 노래하던 잎사귀들이 이 가을에 이토록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을 다 못 이룬 영혼의 색깔일까 누군가를 사랑하며 한순간이라도 이토록 붉게 붉게 타오를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사랑일 것이다 떨어지기 직전에 더 붉게 물드는 가을 단풍이 나에게도 사랑에.. 2018. 6. 25.
용혜원-여름날 이른 아침에/겨울 저녁 여름날 이른 아침에 용혜원 여름날 이른 아침에 들길을 걷는다 무더위에 지쳐 선잠에서 깨어난 이름 모를 새가 어설프게 울음을 운다 부지런한 호박꽃이 활짝 피어나 생기발랄한 웃음을 쏟아놓는다 오늘은 온몸에 햇살을 받으며 덩그런 호박이 힘있게 살찌는 날인가보다 겨울 저녁 용혜원 어둠이 깊어가는 밤 우거지를 넣고 보글보글 끊이는 된장찌개 냄새가 구수하다 솜씨 있게 담근 총각김치를 와삭 깨물어먹는 새콤한 맛이 있다 아내와 마주 앉아 따끈한 밥을 큰 수저로 먹음직하게 떠서 먹는 날이면 겨울날도 춥지만은 않다 온몸이 따뜻해진다 2018. 6. 25.
용혜원-나그네 사랑/숲을 발견한다는 것은 나그네 사람 용혜원 새마저 둥지를 버리고 날아가듯 하루하루 잠시 잠깐 머물다 떠나가야 하는 세월입니다 미련남기지 말고 욕심 없이 만나 사랑을 하자는데 왜 망설이고만 있습니까 삶의 샛길에서 만나 쓸쓸한 마음을 채워주고 따순 피 돌게 하자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서러움에 눈물겹다고 절망 속에서 소리를 치면서도 마음에 와 닿아 다가가면 고개를 숙이고 움츠리는 그 모습 모두가 눈짓만 보내는 내숭이었습니까 꿈도 사라지고 젊음도 사라지고 다 떠나는 가운데 함께 머물러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자는데 안타까운 몸짓으로 왜 눈치만 보고 있습니까 세월이란 일어서서 기다려도 쭈그리고 앉아 기다려도 떠나가는데 마음 한 번 제대로 열어놓지 못하고 헛되고 헛됨 속에 속절없이 살다가 죽음이 다가오면 이미 부서.. 2018.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