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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물들어오면
용혜원
가을이 물들어오면
내 사랑하는 사람아
푸르고 푸른하늘을 보러
들판으로 나가자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와 닿는 그대의 손을 잡으면
입가에 쏟아지는 하얀 웃음에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기뻐할까
가을이 물들어오면
내 사랑하는 사람아
흘러가는 강물을 보러
강가로 나가자
강변에 앉아 우리의 삶처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서로의 가슴속에 진하게 밀려오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면
우리의 사랑은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가 되지 않을까
잡초처럼
용혜원
잡초처럼 살아야 한다
흙만 있으면 두 발을 뻗고
쑥쑥 잘 자라야 한다
끼리끼리 눈 맞추고
온갖 연분으로 자리다툼하고
기회 있으면 한탕하려고만 하고
음란과 파렴치함 속에 교만하고
거목인 양 떡 버티고 서서
폼 잡는 꼴 보기 싫어서라도
꼭살아야 한다
험산준령에 살아남는 것은
그럴듯한 나무뿐이던가
온산을 뒤덮고 있는 이름 없는 풀
잡초도 한몫을 하는 것이 아니던가
허풍 속에 큰소리만 치는 자는
얼마 못 가서 고개를 떨어뜨리고
하루살이 출세로 떵떵거리는 자는
얼마 가지도 못해 올가미 에 걸 려드는 걸
내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잡초처럼 살아야 한다
기회만 있으면 틈만 있으면
온 땅에 돋아나는 잡초처럼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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