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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320

용혜원-버려진 사람들/나는 그를 좋아합니다 버려진 사람들 용혜원 강소주 온몸을 적셔버린채 역전 한 모퉁이에 널브러져 있는 저들은 누구인가 거무죽죽한 얼굴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고 초점을 잃은 눈은 불안을 감추지 못한 채 반쯤 떠 있다 어디서 온 사람일까 분명 이 땅 사람인데 왜 버려져 있을까 스스로 자신을 내동댕이친 것일까 태어났을 땐 부모의 기쁨이었고 자라면서 큰 꿈도 한번쯤 가져보았을 텐데 저들의 삶에서 저들의 가슴에서 허탈만 남기고 모든 것을 다 긁어가버린 자는누구인가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고 나도 지금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찌할수가 없다 어찌할 수가 없다 양심은 찔려오는데 발걸음은 머뭇거리는데 어찌할 수가 없다 어찌할 수가 없다 저들은 진정 버려진 사람들인가 나는 그를 좋아합니다 용혜원 그는 미모가 뛰어나지 않고 세련되지 않았습니다 완.. 2018. 6. 25.
용혜원-삶을 느낄 만한 때가 되면/구두 삶을 느낄 만한 때가 되면 용혜원 우리는 삶을 얼마나 깊이 느끼며 살고 있을까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만 있지는 않을까 내 삶도 그들의 삶 속에 빨려 들어가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살다보면 지루하고 따분해 누군가와 만나고 싶고, 말하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꼭두각시 놀음이 싫어 피 같은 후회의 눈물을 흘려도 좋을 미치도록 사랑하고플 때도 있지만 늘 엇갈림 속에 세월은 너무나 빠르게 흐른다 갈증이 멎고 삶을 느낄 때쯤이면 어느 사이에 모든 것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겨우 삶을 느낄 만한 때가 되면 살아야 할 시간을 너무나 많이 지나쳐온 것만 같다 구두 용혜원 나는 구두를 사서 신으면 버릴 때까지 거의 닦지를 않는다 구두가 반짝거리는 것보다 낡아지는.. 2018. 6. 25.
용혜원-그리워하며 살고 있다/장마 그리워하며살고 있다 용혜원 훌쩍 떠나가버린 후 끝내 소식 한 번 없었는데도 그 여운만은 그림자처럼 내 삶에 달라붙어 있다 잊어버리려고 풀어놓았는데 머물다 간 자리마다 흔적이 남아 있다 가끔씩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 생각을 만들어놓으니 어제인 듯한 우리의 만남이 흘러간 시간이 되었다 모두 떠나버렸다. 인생이란 곱씹을수록 단맛이 난다지만 늦가을 나뭇가지 에 잎사귀 하나 남아 있듯이 나만 설움이 가득해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장마 용혜원 하늘이 먹회색을 잔뜩 칠해놓은 듯 흐려 있다 며칠째 시도 때도 없이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내 가슴에서도 구멍이 뚫렸는지 빗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하다가 고독을 잔뜩 모아 한 잔의 커피에 삶의 애달픔을 함께 타 마신다 온 세상이 물 천지.. 2018. 6. 25.
용혜원 힘이 되는 시-블루마운틴/내 어머니는 야채 장수 블루마운틴 용혜원 부산을 조금 벗어나 철마 쪽으로 달려가면 산 위에 그럴듯하게 지은 통나무집 카페 블루마운틴을 만난다 카페 주변 경관을 바라보니 마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어느화가가 방금 붓을 내려놓은 듯 그림 같은 산들이 마음을 파고든다 소리 없이 퍼져나간 소문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떠나가는 삶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붙잡아놓고 있다 살아가며 잠시 잠깐일지라도 그 향기를 느끼며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행복을 느낀다 내 어머니는 야채장수 용혜원 내 어머니는 손에 늘 초록 물감이 들어 있던 야채 장수였다 맨몸으로 가난을 헤쳐나가려고 그녀는 늘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돈 몇 푼 안 되는 야채들을 팔면서도 눈치를 살피고 서글픔에 늘 정강이가 시려도 꺼져갈 듯한 삶을 .. 2018.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