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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24

정월 초하루에는/위로 편지 - 문정희 정월 초하루에는/위로 편지 정월 초하루에는 위로 편지 문정희 정월 초하루에는 문정희 정월 초하루 날 동그라미 그려 놓거라 그날엔 너와 마주 앉아 촛불 키게 될 것이니 그런데 그런데 몸이 아직 무겁잖아 얼굴엔 하품 자국 가시지 않고 옷도 기름 냄새 확 빠지지 않았어 아, 네 영혼 곱게 감싸던 모시적삼 다시 꺼낼 수 없을까 구겨졌다면 김이 푹푹 오르는 다리미로 정갈하게 손질해 입고 오렴 핏발선 먼지 낀 살점들 걷어내면 바닥에 두 귀대고 정웧 초하루 아침 네 발자국 기다릴게 위로 편지 문정희 들고 있는 것 텅 비워라 웅크리고 있는 가슴의 실핏줄 가장자리까지 걷어내고 정작 내 아픔 하나 못 달래면서 가슴 패인 그에게 입술 잘근 깨물어 혹한 눈물 씻으라는 위로 편지 밤새도록 컴퓨터에 걸다 2018. 1. 2.
암석에 핀 석란/장미에게 - 문정희 암석에 핀 석란/장미에게 암석에 핀 석란 장미에게 문정희 암석에 핀 석란 문정희 긴 긴 사다리 놓고 가까이가 너의 숨결 들을 수 있지만 발목 고통 찌르며 다가가 두 손으로 너를 감쌀 수 있지만 이끼 낀 바위에 뿌리박고 참선과 경經으로 충실히 꽃 피우는 네 푸르디푸른 시간 방해될까 두려워 그냥 멀리서 마음으로만 닿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돌 침대위에 누운 네 몸이 아닌 우아한 기품에 쌓인 네 영혼이어서 허공에 매달려 있어도 하늘 먹고 바람 먹으며 생명의 맑은 눈 떠가는 너는 나의 순결한 연인 장미에게 문정희 나 너처럼 군중 속에서 하얀 입금 뿜으며 꽃물 들어 올리지 않아도 가난하지만 거룩한 사랑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세월을 이기며 피어나는 것처럼 아픔 속에서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 2018. 1. 2.
환절기/풋 감 - 문정희 환절기/풋감 환절기 풋감 문정희 환절기 문정희 여름바람 지나가다 번들번들 기름진 햇살 콘크리트 바닥에 툭 떨어뜨린다 그것 봐! 확 달아올라 소금절인 배추처럼 축 늘어지는 지독한 늦여름 열기의 권태 벌써 수묵 빛 고독이 그립지? 풋 감 문정희 나 당신께 다급하게 달려가지 않을게요 그냥 눈에 잘 띄는 문간방 한 켠에서 얼마동안 다소곳이 앉아 덜 성근 마음 익어가길 기다릴게요 그리움으로 무장무장 가슴 타면서도 선듯 닿을 수 없는 우리 나 당신에게 붉은 마음 한 조각으로 흠뻑 스며들기 위해 몇 달이고 앉아 내 머릿속 노란물이 빠져 붉게 영글 때까지 착하게 앉아 기다릴게요 2018. 1. 2.
12월 30일/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 문정희 12월 30일/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12월 30일 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문정희 12월 30일 문정희 유월 칠월 팔월 구월 묵은 열두 달 모두 떠나거라 그 속에 웅크렸던 가슴 아픈 기억 아파트 뒷문으로 빠져나가거라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아침을 위해 머리 감고 옷매무새 고쳐 꽃씨 한줌 훌 훌 뿌릴거야 꽃, 하늘, 바람 너희들은 내게 꼭 붙어 있으렴 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문정희 못 믿을 것이다 세상에 너를 만나기 위해 왔다는······ 사는 일 늘 그렇지만 싸웠다가 헤어졌다가 또 이렇게 뚝 끊어진 줄 하나로 칭칭 이어 손가락 걸고 희망은 우리 것이라 말하고 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와 전 생애 별들처럼 가슴과 가슴에 오작교 놓고 세월 가도 식지 않은 .. 2017.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