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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12월 30일/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 문정희

by 행복한 엔젤 2017.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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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12월 30일

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문정희

 

 

12월 30일

문정희

 

유월

칠월

팔월

구월

묵은 열두 달

모두 떠나거라

 

그 속에 웅크렸던

가슴 아픈 기억

아파트 뒷문으로 빠져나가거라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아침을 위해

머리 감고

옷매무새 고쳐

꽃씨 한줌 훌 훌 뿌릴거야

 

꽃, 하늘, 바람

너희들은

내게 꼭 붙어 있으렴

 

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문정희

 

못 믿을 것이다

세상에 너를 만나기 위해 왔다는······

사는 일 늘 그렇지만

싸웠다가

헤어졌다가

 

또 이렇게

뚝 끊어진 줄

하나로 칭칭 이어

손가락 걸고

희망은 우리 것이라 말하고

 

난 널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와

전 생애 별들처럼

가슴과 가슴에

오작교 놓고

세월 가도 식지 않은 채

이렇게 톱밥난로 지피고 있나봐

 

사는 일 서툴어도

몇 겁의 인연인 오직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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