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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24

[좋은시] 쐐기풀 사랑 - 문정희 ♪ 좋은시/쐐기풀 사랑/문정희 ♬ 좋은시 쐐기풀 사랑 문정희 네 핸드폰에 목소리 저장하지 않겠다 소중한 가슴 놔두고 왜 우리의 진실 기계 속에 끼워 넣어야 하는지 언제 허물어질 가볍고 허무한 멀티미디어 사랑하기 싫어 내 목소리 그곳에 보관하지 않겠다 백치처럼 가여운 원시인이라 할지라도 네가 보고 싶을 때 바람소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간절한 편지 한 장 들고 우체국으로 달려가는 게 낫겠네 내 발자국 기계음보다 느려도 쐐기풀 같은 사랑이 더 진실할 것 같아서 2017. 12. 14.
[부부에 관한 시] 남편/문정희 ♪ 사랑에 관한 시/남편 ♬ 사랑에 관한 시 남편 문정희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2017. 9. 10.
[인생에 힘이 되는 시] 찔레/문정희 ♪ 인생에 힘이 되는 시/찔레/문정희 ♬ 힘이 되는 시 찔레 문정희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뽀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2017. 8. 31.
[좋은시] 아들에게 ♪ 좋은시/아들에게 ♬ 좋은시 아들에게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 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땐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2017.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