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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암석에 핀 석란/장미에게 - 문정희

by 행복한 엔젤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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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에 핀 석란/장미에게


 

 

암석에 핀 석란

장미에게

문정희

 

 

암석에 핀 석란

문정희

 

긴 긴 사다리 놓고

가까이가 너의 숨결

들을 수 있지만

 

발목 고통 찌르며 다가가

두 손으로 너를

감쌀 수 있지만

 

이끼 낀 바위에 뿌리박고

참선과 경經으로

충실히 꽃 피우는

네 푸르디푸른 시간

방해될까 두려워

그냥 멀리서

마음으로만 닿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돌 침대위에 누운

네 몸이 아닌

우아한 기품에 쌓인

네 영혼이어서

 

허공에 매달려 있어도

하늘 먹고

바람 먹으며

생명의 맑은 눈 떠가는

너는 나의 순결한 연인

 

 

장미에게

문정희

 

나 너처럼

군중 속에서

하얀 입금 뿜으며

꽃물 들어 올리지 않아도

가난하지만

거룩한 사랑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세월을 이기며

피어나는 것처럼

아픔 속에서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얼굴에 분칠하고

세상 중심에서

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매 순간

내 손을 잡고

진정으로 춤을 출 수 있다면

지금 화려한 꽃물

성급히 주어지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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