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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정월 초하루에는/위로 편지 - 문정희

by 행복한 엔젤 2018.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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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하루에는/위로 편지


 

 

정월 초하루에는

위로 편지

문정희

 

 

 

정월 초하루에는

문정희

 

정월 초하루 날

동그라미 그려 놓거라

 

그날엔 너와 마주 앉아

촛불 키게 될 것이니

 

그런데

그런데

몸이 아직 무겁잖아

얼굴엔 하품 자국

가시지 않고

옷도 기름 냄새 확 빠지지 않았어

 

아, 네 영혼

곱게 감싸던 모시적삼

다시 꺼낼 수 없을까

 

구겨졌다면

김이 푹푹 오르는 다리미로

정갈하게 손질해 입고 오렴

 

핏발선

먼지 낀 살점들 걷어내면

바닥에 두 귀대고

정웧 초하루 아침

네 발자국 기다릴게

 

위로 편지

문정희

 

들고 있는 것

텅 비워라

웅크리고 있는

가슴의 실핏줄

가장자리까지 걷어내고

 

정작 내 아픔 하나

못 달래면서

 

가슴 패인 그에게

입술 잘근 깨물어

혹한 눈물 씻으라는

위로 편지

 

밤새도록 컴퓨터에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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