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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24

고요한 물/깊은 물/맑은 물 - 도종환 고요한 물/깊은 물/맑은 물 고요한 물 깊은 물 맑은 물 도종환 고요한 물 도종환 고요한 물이라야 고요한 얼굴이 비추인다 흐르는 물에는 흐르는 모습만이 보인다 굽이치는 물줄기에는 굽이치는 마음이 나타난다 당신도 가끔은 고요한 얼굴을 만나는가 고요한 물 앞에 멈추어 가끔은 깊어지는가 깊은 물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앝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이 쫓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맑은 물 도종환 맑은 물은 있는 그대로를 되비쳐준다 만산에 꽃이 피는 날 산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 2017. 12. 28.
일요일/일요일 아침/책꽂이를 치우며 - 도종환 일요일/일요일 아침/책꽂이를 치우며 일요일 일요일 아침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일요일 도종환 바쁘다고 늦게 자고 게을러서 늦게 깨는 아빠의 늦은 아침 밥상머리 우리 아가 매달려 칭얼칭얼대다가 두부 한 쪽 입에 물고 나풀나풀 갑니다 병아리처럼 마당을 한두 바퀴 돌다 와선 동미치쪽 하나 물고 콩당콩당 갑니다 일요일 아침 도종환 지금부터입니다 지금 죽지 않고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 습니까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새로울 수 있습니까 마늘순이 쑥쑥 솟는 햇빛 좋은 밭가에서 부활절 을 기다리는 일요일 아침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 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 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2017. 12. 26.
산길 십 리/동백 피는 날/가을날 - 도종환 산길 십리/동백 피는 날/가을날 산길 십리 동백 피는 날 가을날 도종환 산길 십 리 도종환 눈 밟으며 혼자 넘는 산길 십 리 이 길로 이대로 깊어지고 싶어서 아래로 몸을 내리는 낙엽송 사이에서 돌아가기 싫어서 돌아가기 싫어서 풍경 소리 혼자 어는 산길 십 리 동백 피는 날 도종환 허공에 진눈깨비 치는 날에도 동백꽃 붉게 피어 아름답구나 눈비 오는 저 하늘에 길이 없어도 길을 내어 돌아오는 새들 있으리니 살아생전 뜻한 일 못다 이루고 그대 앞길 눈보라 가득하여도 동백 한 송이는 가슴에 품어 가시라 다시 올 꽃 한 송이 품어 가시라 가을날 도종환 딸아이 손을 잡고 성당에서 오는 길 가을바람 불어서 눈물납니다 담 밑에 채송화 오순도순 피었는데 함께 부른 노래 한 줄 눈물납니다 2017. 12. 26.
비 내리는 밤/미루나무/저녁비 - 도종환 비 내리는 밤/미루나무/저녁비 비 내리는 밤 미루나무 저녁비 도종환 비 내리는 밤 도종환 빗방울은 창에 와 흐득이고 마음은 찬 허공에 흐득인다 바위 벼랑에 숨어서 젖은 몸으로 홀로 앓는 물새마냥 이레가 멀다 하고 잔병으로 눕는 날이 잦아진다 별마저 모조리 씻겨내려가고 없는 밤 천 리 만 길 먼 길에 있다가 한 뼘 가까이 내려오기도 하는 저승을 빗발이 가득 메운다 미루나무 도종환 혼자서는 저마다 가슴 아픈 옛일도 속가슴에 묻어두고 달그늘에 감춰두고 몰래 울던 눈물도 햇빛 아래 지워져 미루나무 위에는 구름만 가득하다 저녁비 도종환 왕거미 솔잎 사이 제 집에 급히 오르고 저녁구름 너머로 초승달은 날락날락 길이 먼 저녁새 날갯짓 바쁜데 머리꼭지 적시는 빗방울은 오락가락 비를 그을 마을은 얼마나 남았는가 천 리를.. 2017.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