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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비 내리는 밤/미루나무/저녁비 - 도종환

by 행복한 엔젤 2017.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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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밤/미루나무/저녁비

 

비 내리는 밤

미루나무

저녁비

도종환

 

 

 

비 내리는 밤

도종환

 

빗방울은 창에 와 흐득이고

마음은 찬 허공에 흐득인다

바위 벼랑에 숨어서

젖은 몸으로 홀로 앓는 물새마냥

이레가 멀다 하고

잔병으로 눕는 날이 잦아진다

별마저 모조리 씻겨내려가고 없는 밤

천 리 만 길 먼 길에 있다가

한 뼘 가까이 내려오기도 하는 저승을

빗발이 가득 메운다

 

 

미루나무

도종환

 

혼자서는 저마다 가슴 아픈 옛일도

속가슴에 묻어두고 달그늘에 감춰두고

몰래 울던 눈물도 햇빛 아래 지워져

미루나무 위에는 구름만 가득하다

 

 

저녁비

도종환

 

왕거미 솔잎 사이 제 집에 급히 오르고

저녁구름 너머로 초승달은 날락날락

길이 먼 저녁새 날갯짓 바쁜데

머리꼭지 적시는 빗방울은 오락가락

비를 그을 마을은 얼마나 남았는가

천 리를 걸어도 앞길은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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