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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일요일/일요일 아침/책꽂이를 치우며 - 도종환

by 행복한 엔젤 2017.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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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일요일 아침/책꽂이를 치우며

 

일요일

일요일 아침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일요일

도종환

 

바쁘다고 늦게 자고 게을러서 늦게 깨는

아빠의 늦은 아침 밥상머리

우리 아가 매달려 칭얼칭얼대다가

두부 한 쪽 입에 물고 나풀나풀 갑니다

병아리처럼 마당을 한두 바퀴 돌다 와선

동미치쪽 하나 물고 콩당콩당 갑니다

 

 

 

일요일 아침

도종환

 

지금부터입니다 지금 죽지 않고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

습니까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새로울

수 있습니까 마늘순이 쑥쑥 솟는 햇빛 좋은 밭가에서 부활절

을 기다리는 일요일 아침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 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 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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