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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한자

천년의 내공, 더디더라도 확실하고 단단한 걸음을 옮겨라

by 행복한 엔젤 2018.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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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내공, 더디더라도 확실하고 단단한 걸음을 옮겨라


 十年磨一劍 霜刃未曾試 십년마일검 상인미증시 

십 년 간 칼을 갈았으나 서리 같은 칼날을 아직 시험해보지 못했다.

- 가도賈島 검객劍客

 

중국 당시대 시인 가도가 <이응의 시골집에 쓰다>라는 제목의 시를 짓다가 고민에 빠졌다.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라는 시의 구절에서 '두드린다'가 좋을지 '민다'가 좋을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가도는 이 생각에 빠져 정신없이 길을 가다가 당시 고관이자 대문장가였던 한유의 행차와 부딪치고 말았다. 한유 앞으로 끌려간 그는 자초지종을 말했고, 한유는 그 자리에서 '두드린다'가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절친한 글 친구가 되었다. 글을 지을 때 '다시 읽어가며 문장을 다듬고 고친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퇴고'의 유래다.

 

위의 명문장은 이 고사의 주인공인 가도가 쓴 시 <검객>의 한 구절이다. 가도는 시를 쓰는 문장가이지 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검객>이라는 시 또한 무武를 이야기하는 시가 아니다. 가도는 '10여 년간 닦고 연마한 학문과 재능을 천하를 바로잡는 공평무사한 일에 쓰겠다'는 포부를 검으로 세상을 바로잡는 협객에 비유해 읊은 것이다. 이 구절의 다음을 보면 한결 뜻이 분명해진다.

 

"오늘 이 칼을 그대에게 주노니 그 누가 공평치 못한 일을 하리오."

 

가도는 수차례 과거에 낙방한 끝에 불문에 귀의해 승려가 되기도 했다. 후에 환속해 작은 벼슬자리를 얻었으나 큰 곳에서 나라를 다스려보고 싶었던 꿈은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혼신의 힘을 다해 정교한 시를 지으려고 노렸했던 시인의 꿈은 이루었다. '퇴고'라는 성어는 물론, '여러 해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연마하는 것'을 비유하는 '십년마검'도 그의 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성어들을 통해 그의 이름은 지금까지 귀하게 남아 있다.

 

빠른 결과만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몰라도 큰일을 이루기는 어렵다. 물론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태에서 빠른 판단과 과감한 결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크고 멀리 보는 시야도 함께 겸비해야 한다. 작은 일에 급급하면 조급해지고, 멀리 내다보고 크게 생각하는 여유를 잃게 된다. 당장은 좀 늦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담대하게 이루겠다는 생각이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근사록》에는 "보는 것과 바라는 것은 멀고 크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실려 있다. 《춘추좌전》에는 "군주는 원대한 일을 알기에 힘쓰고 소인은 눈앞의 작은 일을 알고자 한다"라고 나와 있다. 얼마나 멀리, 크게 바라보는가가 결과를 좌우한다.

 

멀리 내다보고, 오랜 시간을 두고 실력을 쌓아온 사람은 반드시 그 능력을 떨칠 기회가 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십 년의 법칙', '일만 시간의 법칙'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에서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묵묵히 칼을 가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고기를 다듬는 작은 일에 오래토록 칼을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담금질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게 축적한 시간의 결을 일컬어 내공이라고 한다.

 

"십 년간 칼을 갈았으나 서리 같은 칼날을 아직 시험해보지 못했다."

 

큰일을 앞에 두고 있을 때 이 문장으로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다. 리더로서 믿음과 신뢰를 표하고 싶을 때도 적격이다. 예부터 군주가 장군에게 칼을 내린다는 것은 확고한 믿음으로 모든 권한을 일임한다는 뜻이다. 시의 다음 구절 "오늘 이 칼을 그대에게 주노니 그 누가 공평치 못한 일을 하리오."와 함께 이 말을 해준다면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마오쩌둥은 1954년 3월 항저우에 있는 모간산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이 구절을 읊었다. 그리고 승자가 되었다.

 

[출처=천년의 내공, p.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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