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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한자

음주문화와 허튼 수작(酬酌)의 의미

by 행복한 엔젤 2018.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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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인류와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 온 음식이다. 술을 뜻하는 주(酒)의 본래 글자는 술동이를 뜻하는 주(酉)이다. 그래서 주(酉)를 부수로 하는 글자들은 술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이 글자가 뒤에 유로 발음되면서 술을 뜻하는 수(氵)를 더해 주(酒)자를 새로 만들었다.


혹 주(酒)와 유(酉)가 모두 술의 뜻으로 쓰이다가 유(酉)가 간지(干支)로 쓰이면서 주(酒)만 술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주(酒)자를 보면 항아리[酉]에 가득 담긴 술[氵]이 쉽게 연상된다.

 

술동이를 뜻하는 유(酉)

 

술은 온갖 병의 뿌리'라는 속담이 있다. 반면 '술은 모든 약의 우두머리라는 말도 있다. 술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술 마시는 데도 갖추어야 할 예절이 있다. 처음 술을 배울 때 잘못 배우면 술버릇이 고약해진다. 술에도 도(道)가 있다. 그것이 주도(酒道)이다.


수작(酬酌)이라는 말이 있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고 할 때 수작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무슨 일을 꾸민다는 의미로 쓴다. 하지만 원래 이 말은 술잔을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수작(酬酌)이라 하지 않고 수작(酬작)이라고 쓴다. 수(酬)는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따라 주는 것이고, 작은 답례로 손님이 주인에게 따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작은 주인과 손님 사이에 술을 권커니 자커니 하며 정다운 대화를 이어 가는 것을 말한다.


서양 사람들의 술 문화는 자기 술잔에 알아서 따라 마시는 자작 문화(自酌文化)이고, 중국이나 러시아 사람들은 잔을 마주쳐 건배하는 대작 문화(對酌文化)이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술잔을 주고받는 수작 문화(酬酌文化)이다. 술을 주고받는다 해서 술잔을 맞바꿔 가며 마신 것은 아니다. 각자의 잔에다 술을 따라 주는 것이다. 술잔을 돌려 가며 마시는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서 들어온, 예전에는 없던 음주 방식이다. 권하는 것은 술이지 잔이 아니다.

 

 

수(酬)와 작(酌)이 들어가는 어휘

 

작(酌)은 술동이를 뜻하는 유(酉)와 구기 작(勺)을 합한 글자이다. '구기'는 기름이나 술 따위를 풀 때 쓰는 국자와 비슷한 기구이다. 한자 어휘 중에 수(酬)와 작(酌)이 들어간 말이 꽤 있다.


보수(報酬)는 노고의 대가로 치르는 돈이나 물건을 말한다. '남의 은혜와 호의를 갚는다' 는 보답(報答)과 비슷한 뜻이다. 수창(酬唱)은 시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수응(酬應)도 상대와 서로 호응하여 주고받는다는 뜻이다.


참작(參酌)은 살펴 헤아린다는 의미이다. 정상(情狀)을 참작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이는 술을 알맞게 따라 준다는 데서 나왔다. 앞서 본 짐작(斟酌)의 원래 의미와 비슷하다. 작정(酌定)은 사정을 따져 보고 나서 결정한다는 말이다.

 

 

 

출처: 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2권 문화와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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