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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운틴
용혜원
부산을 조금 벗어나
철마 쪽으로 달려가면
산 위에 그럴듯하게 지은
통나무집 카페 블루마운틴을 만난다
카페 주변 경관을 바라보니
마침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어느화가가 방금 붓을 내려놓은 듯
그림 같은 산들이 마음을 파고든다
소리 없이 퍼져나간
소문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떠나가는 삶을 놓치고 싶지 않은 듯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붙잡아놓고 있다
살아가며 잠시 잠깐일지라도
그 향기를 느끼며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행복을 느낀다
내 어머니는 야채장수
용혜원
내 어머니는 손에 늘 초록 물감이
들어 있던 야채 장수였다
맨몸으로 가난을 헤쳐나가려고
그녀는 늘 몸부림을 쳐야만 했다
돈 몇 푼 안 되는 야채들을 팔면서도 눈치를 살피고
서글픔에 늘 정강이가 시려도
꺼져갈 듯한 삶을 살려내려는 애착만은 대단했다
온갖 시련이 찐득찐득 달라붙어도
응어리진 가슴이 팽팽하게 조여와도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면서도
늘 이겨내고야 말았다
피곤이 산처럼 쌓여와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중풍에 쓰러졌어도
다섯 자식이 눈앞에 아른거려
다시 일어났다
시시각각 턱까지 숨차게 다가오는 고난에
힘이 부쳐 늘 헐떡여야 하는
질기고 모진 목숨이었다
늘 짓밟히고 산 내 어머니의 몸에선
가난이 떠나지 않아
핏줄 속까지 흘러내렸지만
자식들에게만은 흘러내리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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