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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용혜원-그리워하며 살고 있다/장마

by 행복한 엔젤 2018.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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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며살고 있다

용혜원


훌쩍 떠나가버린 후
끝내 소식 한 번 없었는데도
그 여운만은 그림자처럼
내 삶에 달라붙어 있다


잊어버리려고 풀어놓았는데
머물다 간 자리마다
흔적이 남아 있다


가끔씩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
생각을 만들어놓으니
어제인 듯한 우리의 만남이
흘러간 시간이 되었다

모두 떠나버렸다.
인생이란 곱씹을수록 단맛이 난다지만
늦가을 나뭇가지 에
잎사귀 하나 남아 있듯이
나만 설움이 가득해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장마

용혜원


하늘이 먹회색을
잔뜩 칠해놓은 듯 흐려 있다


며칠째 시도 때도 없이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내 가슴에서도
구멍이 뚫렸는지 빗물 흐르는 소리가 난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하다가
고독을 잔뜩 모아 한 잔의 커피에
삶의 애달픔을 함께 타 마신다


온 세상이 물 천지인데
내 온몸과 내 목덜미까지
그리움으로 갈증이 타오른다

내가 힘들고 고독할 때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생각 속까지 젖어들어
한편의 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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