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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용혜원 힘이되는 시-그림자/어느 노숙자의 푸념

by 행복한 엔젤 201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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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자

용혜원


삶에 어둠의 그림자가 있다고
슬퍼하지 말자
태양빛이 아무리 찬란하게
온 땅에 쏟아져내려도
어둠은 어느 곳에나
조금씩 숨어 있다

 

 

 

 

 

어느 노숙자의 푸념

용혜원


성한 놈 잡는 날벼락같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입니다
고생 끝에 햇볕 한번 쫙 쬐볼 수 있게
잘 돼가던 사업이 종잇조각 하나
그 잘난 어음 때문에 부도가 나
도망자가 되다보니 모든 것이 순서가 바뀌고
수렁에 던져놓은 듯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습니다


건질 것도 없이 폭삭 무너진 살림살이
지겹고 넌더리난다고 소주만 마셔대다
견디지 못해 울화병 든 마누라는
외간남자 눈맞아
어디로 간단 말도 없이 도망쳐버리고
어릴 적부터 끼만 잔뜩 있던 딸년은 가출하고
무일푼에 오갈 곳도 없고 의지할 것도 없는 나는
노숙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때는 조각구름 아니 뭉게구름
모락모락 피어나듯이 꿈이 있고
한때는 몸을 섞고 섞어도 좋아하는
나만의 사랑도 있었고
설렁탕 한 그릇 깨끗이 비우고 트림을 하며
그래도 내 인생은 괜찮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내삶이 이렇게 바닥을 칠 줄은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저 부지런히 살면 되겠지 했습니다

날 처량하게만 바라보지 말기 바랍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것입니다
희망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내가 붙들 수 있는 것은 절망뿐입니다
점점 움츠러드는 몸 어쩔 수 없고
모두 날 외면하고 말았기에
낙엽같이 된 인생 어쩔 수 없어 노숙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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