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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사람
용혜원
새마저 둥지를 버리고 날아가듯
하루하루 잠시 잠깐 머물다
떠나가야 하는 세월입니다
미련남기지 말고
욕심 없이 만나 사랑을 하자는데
왜 망설이고만 있습니까
삶의 샛길에서 만나
쓸쓸한 마음을 채워주고
따순 피 돌게 하자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습니까
서러움에 눈물겹다고 절망 속에서 소리를 치면서도
마음에 와 닿아 다가가면
고개를 숙이고 움츠리는 그 모습
모두가 눈짓만 보내는 내숭이었습니까
꿈도 사라지고 젊음도 사라지고
다 떠나는 가운데
함께 머물러줄 사람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사랑하며 살자는데
안타까운 몸짓으로
왜 눈치만 보고 있습니까
세월이란 일어서서 기다려도
쭈그리고 앉아 기다려도 떠나가는데
마음 한 번 제대로 열어놓지 못하고
헛되고 헛됨 속에 속절없이 살다가
죽음이 다가오면 이미 부서져버린 가슴을 안고
그제야 울고 말 것입니까
숲을 발견한다는 것은
용혜원
숲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은
멀리 떨어져 바라보거나
막연한 생각에 잠기거나
그림으로 그려놓을 때가 아니다
숲 속으로 들어가
나무들의 혈관 속으로
수액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다
나무들이 흘린 땀이
폭포가 되어 쏟아져내리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을 때다
숲을 발견하는 것은
숲의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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