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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어떤 날/봄산 - 도종환

by 행복한 엔젤 201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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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봄산

 

어떤 날

봄산

도종환

 

 

어떤 날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도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 흘러갔으면

 

봄산

도종환

 

거칠고 세찬 목소리로 말해야 알아듣는 것 아니다

눈 부릅뜨고 악써야 정신이 드는 것 아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몸짓들 모여

온 산을 불러 일깨우는 진달래 진달래 보아라

작은 키 야윈 가지로도 화들짝 놀라게 하는

철쭉꽃 산철쭉꼭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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