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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어떤 마을/들길/죽령마을 - 도종환

by 행복한 엔젤 2017.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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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을/들길

 

어떤 마을

들길

죽령마을

도종환

 

어떤 마을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 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들길

도종환

 

들기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죽령마을

도종환

 

씨오쟁이 덩그런 뒷뜰에도 사람 없고

주인 내외 일 나간 들녘 끝엔 도래바람

씀바귀꽃 민들레꽃 앞마당엔 노랑병아리

꽃담길엔 다옥한 연분홍 복사꽃

 

봄이 와도 오는 이 없고 꽃 피어도 보는 이 없는

꽃물결만 아름다운 석 달 봄날에

마을로 가볼까 발을 벋는 소백산 자락

산으로 가볼까 울을 넘는 찔레 무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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