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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좋은시]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김경주

by 행복한 엔젤 201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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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시/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좋은시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 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 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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