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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새싹 - 정호승

by 행복한 엔젤 2018.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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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새싹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새싹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였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새싹

정호승

 

봄이 와서 대모산에 가면

통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이 있고

통나무마다 연둣빛 새싹이 돋는다

웬일인지 사라들은 산을 오르며

그 싹을 힘차게 밟고 지나간다

나도 사람이다

나는 적어도

그런 사람은 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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