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이란 해가 떠서 지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한 것이다 - 정호승
시련이란 해가 떠서 지는 것만큼이나 불가피한 것이다
저는 이 말을 통해 제 인생의 시련을 당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해가 뜨는 일과 해가 지는 일은 제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찬란하게 뜨고 지는 해 앞에 있는 그대로 저를 드러내는 일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싶어도 해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초등학생이었던 아들과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경주 토함산을 걸어 올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미처 다 오르기도 전에 해가 뜨고 말았지만, 해가 뜨자 그 어둡던 산길 구석구석, 바위의 틈새 하나하나까지 환하게 밝아왔습니다.
나무도 바위도 풀잎도 그 어떠한 사물도 해를 피하지 못하고 자신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었습니다. 부끄러운 듯 수평선 위로 조금씩 조금씩 얼굴을 내밀던 해가 수평선 위로 두둥실 떠오르자 눈이 부셔 도저히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해는 그렇게 바라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불가피한 존재였습니다.
인생의 시련도 이렇게 해처럼 불가피한 존재입니다. 바로 이점을 이해하고 나자 저는 제 삶의 어느 한켠에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그 어떤 시련에 봉착해도 해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누구에게도 왜 해가 뜨느랴고 묻지 않습니다. 왜 해가 지느냐고도 묻지 않습니다. 해가 뜨면 오직 지기를 기다릴 뿐이며, 해가 지면 다시 또 해가 찬란히 떠오르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출처=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p.2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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