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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새소리/새 세 마리 - 천상병

by 행복한 엔젤 2018.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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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새 세 마리


 

 

새소리

새 세 마리

천상병

 

 

새소리

천상병

 

새는 언제나 명랑하고 즐겁다

하늘 밑이 새의 나라고

어디서나 거리낌없다

자유롭고 기쁜 것이다.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다.

그런데 그 소리를

울음소리일지 모른다고

어떤 시인이 했는데, 얼빠진 말이다.

 

새의 지저귐은

삶의 환희요 기쁨이다.

우리도 아무쪼록 새처럼

명랑하고 즐거워하자!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새소리이다.

그 소리를 괴로움으로 듣다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놈이냐.

 

하늘 아래가 자유롭고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는 새는

아랫도리 인간을 불쌍히 보고

아리랑 아리랑 하고 부를지 모른다.

 

새 세 마리

천상병

 

나는 새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텔레비 옆에 있는 세 마리 새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새가 아니라

모조품이기 때문이다.

 

한 마리는 은행에서 만든 저금통 위에 서 있는 까치고

두 마리는 기러기 모양인데

경주에서 아내가 사가지고 왔다.

그래서 세 마리인데

나는 매일같이 이들과 산다.

 

나는 새를 매우 즐긴다.

평화롭고 태평이고 자유롭고

하늘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을

진짜 새처럼 애지중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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