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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새벽/먼 산/노래 - 천상병

by 행복한 엔젤 2018.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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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먼 산/노래


 

새벽

먼 산

노래

천상병

 

새벽

천상병

 

나는 어쩌다

새벽에 일어난다

어두운 새벽에

나는 오늘을 상상한다

 

눈을 뜨고

오늘을 생각해도

길吉할 것인지 악惡할 것인지

미리 즈음질 할 수가 없다

 

새벽이여 새벽이여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고

나를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고

오늘의 복을 빕니다.

 

 

먼 산

천상병

 

먼 산은

나이 많은 영감님 같ㄷ

그 뒤는 하늘이고

슬기로운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다 제각기이고

통일이 없지만

하늘의 이치를 알게 되면

달라지리라고 ―

 

먼 산은

애오라지 역사의 거물

우리 인간은

그 침묵에서 배워야 하리······

 

 

노래

천상병

 

나는 아침 다섯 시가 되면

산으로 간다

서울 북부인 이 고장은

지극한 변두리다

산이 아니라

계곡이라고 해야겠다

자연스레 노래를 부른다

 

내같이 노래를 못 부르는 내가

목청껏 목을 뽑는다

바위들도 그 묵직한 바위들도

춤을 추는 양하고

산등성이가 몸을 움직이는 양하고

새소리들도 내게 음악을 주고

나무들도 속삭이는 것 같다

나는 노래한다 나는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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