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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못난 아들, 통증, - 나태주 시인

by 행복한 엔젤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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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시집. 역시 나태주 시인의 시를 보면 단어의 마술사같다.

 

가들가들 흔들린다
가들가들은 ‘가드락가드락’의 준말로, 조금 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버릇없이 자꾸 구는 모양

 

엄마와 아기
나태주 시인의 못난 아들

 

못난 아들

 

꿈속에서 어머니를 뵈었다.
이러저러한 고비를 넘어
어머니 옆자리에 앉아
무명가수의 열창을 들으며
함께 즐거워했다
앞자리에 청양 누이가 앉아 있어
누이에게 작은 용돈을 주고
이어서 어머니에게 좀
넉넉한 용돈을 드리려고
가방을 뒤졌으나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있던 돈 봉투가
보이지 않는 거였다
애가 타서 가방을 뒤져
돈 봉투를 찾다가 그만 어머니에게
용돈 한 푼도 드리지 못하고
꿈을 깨어버렸다
어머니 그 나라에서
용돈이 궁해서 어떻게 지내시나

이렇게 나는 꿈속에서까지
못난 아들입니다
그래도 어머니 신색이 편하고
좋게 보여 그나마 좋았습니다
그 나라에서 지내시기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섭섭한 가운데서도 좋았습니다.

 

 

통증

 

가슴이 아파 숨 쉬기 버겁다
살며시 잠에서 빠져나온다
실눈을 뜨고 본다
어디선가 가랑잎
마르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매캐하다
언덕을 배경으로
낮은 초가지붕 오막집이 떠오른다
황톳빛 진한 갈색이다.
빛깔이 주변으로 번져나간다
둥그스름 무덤 몇 개가 보인다
무덤가에 연한 하늘빛
무릇 꽃대 가는 꽃대
가을 푸스스한 풀섶 사이
피어 있다
가들가들 흔들린다
자꾸 숨을 쉬어본다
바람 빠진 고무풍선에

바람을 넣은 것처럼
몸이 조금 채워진다
가슴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는다
다시 사르르 눈을 감는다.

 

 

출처: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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