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왜 우리는 전통 음식을 먹어야하는가♬
-캐서린 섀너힌, 루크 섀너힌 지음/박리라 옮김-
혈관은 혈액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공허한 관이 아니라 각기 맡은 일을 1초에 수천 번씩 수행하느라 분주한 장소다. 혈액 속의 생물학적 물질은 오로지 고유의 열역학 명령에 따라 라스베이거스의 서커스 공연처럼 완벽한 안무로 짜인 곡예를 수행한다. 생물학적 화학 물질로 이루어진 팀들 간의 이러한 협동 작용은 근육이 수축하고, 땀샘이 땀을 분비하고, 뇌가 시신경이 보낸 신호를 인식 가능한 모습으로 해석하도록 한다. 하지만 당분이 과도한 나머지 움직이는 각 화학 물질과 교차 결합이 일어나면 모든 세포 활동이 손상을 입는다. 당분의 교차 결합이 세포의 임무 수행을 어떻게 막는지 알아보기 위해 순환계에 있는 3개의 세포 유형, 즉 백혈구, 혈액 내벽을 덮고 있는 세포(내피세포), 적혈구를 살펴보자.
순환성 백혈구 세포는 혈액 흐름에 밀려 작은 회전초(가을에 줄기 밑동에서 떨어져 공 모양으로 뭉친 채 바람에 날리는 잡초-옮긴이)처럼 구르며 혈관 내벽을 따라 이동한다. 문제가 발생한 조직의 호출에 대응하려면 백혈구가 혈류를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백혈구는 어느 조직으로 가야 할지 어떻게 알까? 손상된 조직에서 염증을 알리는 화학적 신호를 보내면, 이 신호는 세포 사이의 공간으로 침투해 혈관 내벽을 덮은 내피세포에 도착한다. 그러면 이 세포들은 백혈구에게 혈관에서 빠져나가라고 알려주는 작은 깃발을 세포 표면에 세운다. 백혈구는 이 표지를 보고 굴러다니던 방울에서 흘러 다니는 납작한 아메바 같은 생물체로 마술처럼 변신해 내피세포 사이의 좁은 공간을 꿈틀거리며 지나 아래쪽에 있는 문제 조직으로 향한다. 이 모든 현상은 생물학적 기본 원리다. 하지만 당분의 생화학작용에 관해 알면, 당분과 단백질 간의 당화 반응으로 내피세포에 교차결합이 일어나 이 좁은 공간들을 막기 때문에 백혈구가 필요한 곳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몸속에서 교차 결합이 더 많이 일어날수록 면역 기능은 더 많이 손상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종당화산물은 당뇨병 환자에게 순환계 문제가 나타나는 주된 요인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적혈구는 일생(3개월 정도)동안 당분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뻣뻣해지고 부풀어 오른다. 비장이 맡은 역할 중 하나가 순환하는 적혈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비장은 점점 더 좁아지는 미로 같은 혈관으로 백혈구를 통과시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며, 당분으로 부풀어 오른 적혈구를 파괴한다. 그러나 항상 혈당치가 높을 경우는 비장이 부풀어 오른 적혈구를 모두 제거하지 못해 모세혈관이 막힌다. 당뇨병 환자가 시력을 잃거나 발에 마비와 염증이 일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백혈구, 적혈구, 내피세포와 마찬가지로 인체의 모든 세포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당분이 이미 완성된 세포의 기능을 이토록 심각하게 손상시킨다면, 아직 만들어지는 중인 세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해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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