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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2

[한국현대시] 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 한국현대시/자화상(自畵像)/서정주 ♬ 한국현대시 자화상(自畵像)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햇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 2017. 12. 15.
[한국현대시 ] 바위 - 유치환 ♪ 한국현대시/바위/유치환 ♬ 한국현대시 바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유치환(1908~1967)** 호는 청마(靑馬). 경남 충무에서 태어나고, 연희 전문을 중퇴하였다. 1931년 시단에 등장하여 이후 40년 가까운 기간에 14권에 달하는 시집과 수상록을 냈다. 그는 시를 정교하게 다듬는 데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남성적 어조와 강인함을 특징으로 한 시들을 통해 허무, 신, 극기(극기)의 의지 등을 많이.. 2017.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