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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2

윤동주 시모음- 자화상, 십자가, 새로운 길, 별헤는 밤 ♥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 2018. 5. 22.
[한국현대시] 자화상(自畵像) - 서정주 ♪ 한국현대시/자화상(自畵像)/서정주 ♬ 한국현대시 자화상(自畵像)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 세 햇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 2017.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