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 도종환1 그해 봄/병 - 도종환 그해 봄/병 그해 봄 병 도종환 그해 봄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려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 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병 도종환 마음속 불꽃이 병이 된다 가슴속 북풍이 병이 된다 불 같은 그리움 얼음 같은 외로움이 병이 된다 기나온 내 생애의 발자국마다 나로 인해 내린 비가 병이 되어 고인다 불 타며 불 타며 병이 된다 바람 불어 바람 불어 병이 된다 2017. 12.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