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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어머니의 채소농사/푸른 잎 - 도종환

by 행복한 엔젤 2018.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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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채소농사/푸른 잎


 

어머니의 채소농사

푸른 잎

도종환

 

어머니의 채소농사

도종환

 

한겨울에도 어머니의 손끝에서는

푸른 싹이 돋는다.

반쪼가리 감자가 부엌 모퉁이에서

흙 묻은 손을 내밀고

겨울 햇뼡 근처로 모인 미나리들이

창 밖으로 푸른 줄기를 흔든다

밭고랑에는 턱밑에 얼음이 박힌 흙더미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없는데

어머니는 정성으로 모아둔 햇뼡

목을 축일 물 몇 모금만으로

소한 대한에도 연두빛 손바닥을 펼쳐드는

채소를 키우신다

살아 있는 것들은 반드시

살아 있음을 표시한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에 닿는 것들은

이 겨울에도 푸르게 말한다.

 

 

 푸른 잎

도종환

 

며칠째 비바람이 꽃잎 다 지고

그쳤던 비 꽃 진 자리에 다시 쏟아져

이 세상 꽃잎들은 흔적조차 없어지고

꽃을 잃은 가지보다

우리가 더 쓸쓸해 있을 때

어디서 오는 걸까

침묵을 깨치고 일제히 잎을 내미는

가지 속에 숨겨진 내밀한 저 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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