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오동꽃/새소리에 지는 꽃/갈잎
오동꽃
새소리에 지는 꽃
갈잎
도종환
오동꽃
도종환
오동나무 그늘에 앉아 술 한잔을 마시다
달은 막 앞산을 넘어가려 하는데
오동꽃 떨어져 술잔에 감기다
짙은 오동꽃 향기만
향내 사라진 지 오래인 이내 몸을
한 바퀴 휘돌다 강으로 가다
물고기에나 주어버릴 상한 몸을
한두 범 훑어보다 강으로 가다
새소리에 지는 꽃
도종환
어제는 바람 때문에 꽃 지더니
오늘은 새소리에 꽃이 지누나
매화꽃 떨어진 위로
바람 소리를 잘게 잘게 썰어서
내려보내는 새 몇 마리
기와지붕 수막새 사이 오가며
그네처럼 목소리 흔들어
땅에 보내는 새 몇 마리
어제는 바람 때문에 꽃 지더니
오늘은 새소리에 꽃 지누나
갈잎
도종환
아픈 몸을 끌고 물가에 나오다
익을 대로 익은 느티나무 잎이
햇살을 달고 황홀하게 지는데
먼저 진 갈잎 몇 장과
나란히 물가에 눕다
뒤따라갈게요 뒤따라갈게요
물에 떠 흘러가는
갈잎 향해 던지는 소리인지
곁에 누운 내게 하는 말인지
마른 입술 달싹이는
사각사각 갈잎의 목소리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주사 종소리/보름달 - 문정희 (0) | 2017.12.31 |
---|---|
겨울파도/쉼표, 그 기다림 - 문정희 (0) | 2017.12.31 |
어떤 마을/들길/죽령마을 - 도종환 (0) | 2017.12.30 |
그해 봄/병 - 도종환 (0) | 2017.12.30 |
어떤 날/봄산 - 도종환 (0) | 2017.12.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