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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봄산
어떤 날
봄산
도종환
어떤 날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도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 흘러갔으면
봄산
도종환
거칠고 세찬 목소리로 말해야 알아듣는 것 아니다
눈 부릅뜨고 악써야 정신이 드는 것 아니다
작고 보잘것없는 몸짓들 모여
온 산을 불러 일깨우는 진달래 진달래 보아라
작은 키 야윈 가지로도 화들짝 놀라게 하는
철쭉꽃 산철쭉꼭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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