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끈 ♬
좋은글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끈
언어의 온도/이기주
집 근처에 조금 느린 아이들(아픈게 아니라 조금 느릴 뿐),
그러니까 발달 장애 아이들의 재활을 돕는 학교가 있다.
학교 앞 정류장은 등하교 시간이 되면 수업을 마친 학생과
학부모가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하루는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멀리서 뚜벅뚜벅 걸어오는 모자(母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두 사람의 걸음새를 좀 더 들여다봤다.
자세히 보니 서로의 몸을 얇은 끈으로 연결한 채 걷고 있었다.
끈은, 줄넘기 줄 같기도 했고 등산용 밧줄 같기도 했는데,
한쪽은 학생의 왼손에 동여매져 있었고 다른 한쪽은
어머니 오른손에 칭칭 감겨 있었다.
왜 그런 거지? 고개를 갸웃했다.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외침에서
그들의 사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찻길로 내려가면 안 돼!"
어머니는 아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애를 먹는 듯했다.
길거리에서 아들의 동선을 통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끈으로 몸을 동여맨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일순, 임신부의 자궁 안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는
태아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태아는 어머니 뱃속에서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자궁 밖으로,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에선 그 줄을 끊어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의 몸뚱어리를
여전히 탯줄로 연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는 듯.
잠시 뒤 나는 버스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자 나와 모자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멀리서 바라본 어머니와 아들의 흐릿한 실루엣은,
서로의 몸을 생명줄(로프)로 연결한 체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의 어느 기슭에서 대자연과 맞서고 있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그렇다면 저 어머니와 아들은 어떤 산을,
무엇을 위해 오르는 것일까.
글쎄다.
어쩌면 저들은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 없이,
꽤 아득하고 특별한 여정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감히 오를 수 없는 그들만의 신성한 봉우리를 향해.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글]하루에 10번씩 미소 짓기 (0) | 2017.05.28 |
---|---|
[법정스님]바람은 왜 부는가 (0) | 2017.05.27 |
[좋은글]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0) | 2017.05.21 |
[좋은글]무엇이 성공인가 (0) | 2017.05.03 |
[좋은글] 눈앞의 이익때문에 원대한 꿈을 포기하지 마라 (0) | 2017.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