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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채소농사/푸른 잎
어머니의 채소농사
푸른 잎
도종환
어머니의 채소농사
도종환
한겨울에도 어머니의 손끝에서는
푸른 싹이 돋는다.
반쪼가리 감자가 부엌 모퉁이에서
흙 묻은 손을 내밀고
겨울 햇뼡 근처로 모인 미나리들이
창 밖으로 푸른 줄기를 흔든다
밭고랑에는 턱밑에 얼음이 박힌 흙더미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없는데
어머니는 정성으로 모아둔 햇뼡
목을 축일 물 몇 모금만으로
소한 대한에도 연두빛 손바닥을 펼쳐드는
채소를 키우신다
살아 있는 것들은 반드시
살아 있음을 표시한다는 것을
어머니의 손에 닿는 것들은
이 겨울에도 푸르게 말한다.
푸른 잎
도종환
며칠째 비바람이 꽃잎 다 지고
그쳤던 비 꽃 진 자리에 다시 쏟아져
이 세상 꽃잎들은 흔적조차 없어지고
꽃을 잃은 가지보다
우리가 더 쓸쓸해 있을 때
어디서 오는 걸까
침묵을 깨치고 일제히 잎을 내미는
가지 속에 숨겨진 내밀한 저 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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