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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강/겨울나기 - 도종환
겨울강
겨울나기
도종환
겨울강
도종환
얼어붙은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간다
얼음 속에 갇힌 빈 배 같은 그대를 남겨두고
나는 아직 살아 있어서 굽이굽이 강길을 걷는다
그대와 함께 걷던 이 길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어
새벽의 바다에 이르렀음을 끝까지 믿기로 한다
내기 이 길에서 끝내 쓰러진 뒤에라도
얼음이 풀리면 그대 빈 배만으로도 내게 와다오
햇살 같은 넋 하나 남겼다 그대 뱃전을 붙들고 가거나
언 눈물 몇 올 강가에 두었다 그대 물살과 함께 가리라
겨울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 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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