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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먼 산/노래
새벽
먼 산
노래
천상병
새벽
천상병
나는 어쩌다
새벽에 일어난다
어두운 새벽에
나는 오늘을 상상한다
눈을 뜨고
오늘을 생각해도
길吉할 것인지 악惡할 것인지
미리 즈음질 할 수가 없다
새벽이여 새벽이여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고
나를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고
오늘의 복을 빕니다.
먼 산
천상병
먼 산은
나이 많은 영감님 같ㄷ
그 뒤는 하늘이고
슬기로운 말씀하신다
사람들은 다 제각기이고
통일이 없지만
하늘의 이치를 알게 되면
달라지리라고 ―
먼 산은
애오라지 역사의 거물
우리 인간은
그 침묵에서 배워야 하리······
노래
천상병
나는 아침 다섯 시가 되면
산으로 간다
서울 북부인 이 고장은
지극한 변두리다
산이 아니라
계곡이라고 해야겠다
자연스레 노래를 부른다
내같이 노래를 못 부르는 내가
목청껏 목을 뽑는다
바위들도 그 묵직한 바위들도
춤을 추는 양하고
산등성이가 몸을 움직이는 양하고
새소리들도 내게 음악을 주고
나무들도 속삭이는 것 같다
나는 노래한다 나는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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