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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에 핀 석란/장미에게
암석에 핀 석란
장미에게
문정희
암석에 핀 석란
문정희
긴 긴 사다리 놓고
가까이가 너의 숨결
들을 수 있지만
발목 고통 찌르며 다가가
두 손으로 너를
감쌀 수 있지만
이끼 낀 바위에 뿌리박고
참선과 경經으로
충실히 꽃 피우는
네 푸르디푸른 시간
방해될까 두려워
그냥 멀리서
마음으로만 닿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돌 침대위에 누운
네 몸이 아닌
우아한 기품에 쌓인
네 영혼이어서
허공에 매달려 있어도
하늘 먹고
바람 먹으며
생명의 맑은 눈 떠가는
너는 나의 순결한 연인
장미에게
문정희
나 너처럼
군중 속에서
하얀 입금 뿜으며
꽃물 들어 올리지 않아도
가난하지만
거룩한 사랑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세월을 이기며
피어나는 것처럼
아픔 속에서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얼굴에 분칠하고
세상 중심에서
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매 순간
내 손을 잡고
진정으로 춤을 출 수 있다면
지금 화려한 꽃물
성급히 주어지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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