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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현대시/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
한국현대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1903~1950)**
본명은 윤식(允植).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같은 고장 출신인 박용철과 개인적, 문학적으로 매우 가까이 지냈다. 1930년에 박용철이 주재한 동인지 『시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곧 주목받는 시인디 되었고, 이후 '시문학파'의 중심 인물로 활동하였다. 그는 예민한 감수성과 섬세한 언어 감각에서 남달리 뛰어났으며, 비관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삼으면서 사회 현실의 문제보다는 고독한 내면 세계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데 치중하였다.
[출처=한국 현대시를 찾아서|푸른나무|김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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